2025년 8월 3주차

잭슨홀 미팅 연설에 달린 달러의 향방

2025-08-17

요약

지난 주 빅이벤트였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가 발표되었고, 그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며 달러/원 환율은 1,370원대까지 하락했어요. 하지만 주 후반에는 예상치 못했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상회하는 수치가 나오자, 시장은 다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 휩싸였고 달러/원 환율은 1,389원대까지 상승했어요.

안정적인 CPI에 금리 인하 기대감 상승

지난주의 시작은 온통 'CPI'에 대한 기대와 관망세로 가득했어요. CPI 발표 전까지 시장은 숨을 죽였고, 발표 이후에는 환호했죠.

  • 예상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CPI 결과가 나오자,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는 확정적'이라는 분위기로 흘러갔어요.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으니 연준이 마음 편히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었죠. 이로 인해 달러는 약세 압력을 받았고, 달러-원 환율은 주중 한때 1,375원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장에서는 0.5%p를 인하하는 '빅컷'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였어요.
  • 그런데 이런 강력한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더 시원하게 내려가지 못하고 1,370원대에서 지지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지난 리포트에서 설명해 드렸던 '수급'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에요.
    •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외국인 주식 투자)는 1/4토막이 날 정도로 급감했어요.
    • 해외로 나가는 달러(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는 꾸준히 늘었죠. 이러한 달러 수급의 불균형이 1,370원대에서 강력한 하방 경직성, 즉 환율이 더는 떨어지지 않게 버티는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예상을 뒤엎은 PPI에 달러 반등

CPI가 만든 훈훈한 분위기는 주 후반까지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목요일(14일)에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놓았어요.

  • CPI가 소비자가 사는 물건 값이라면, PPI는 기업(생산자)이 물건을 만들 때 드는 원자재 가격 등을 의미해요. 보통 PPI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CPI도 오르는 경향이 있어, **'미리 보는 소비자물가'**라고도 불린답니다.
  • 모두의 예상을 깨고 7월 PPI가 아주 높게 나왔어요. 이는 시장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로 해석됐죠.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어요.
    • 달러 인덱스는 발표 직후 97 후반대에서 98 초반으로 수직 상승하며 강한 반등을 보였어요.
    • CPI 발표 이후 힘을 얻었던 9월 '빅컷'에 대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약해졌죠.
  • 한국 외환시장은 이 소식을 반영하지 못했어요. PPI가 발표된 14일은 우리 시장의 정규장 거래가 마감된 이후였고, 다음 날인 15일은 광복절 휴장이었어요. 따라서 우리 원화 시장은 이 PPI 쇼크를 반영하지 못한 채 한 주를 마감한 셈이에요. 주 마지막 거래일 종가가 1,382.00원이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두 개의 물가 지표가 남긴 엇갈린 신호

결론적으로 지난주는 두 개의 물가 지표가 시장에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진 한 주였어요.

  • 주 초반 CPI: 9월 금리 인하 기대감 강화 → 달러 약세 (환율 하락 요인)
  • 주 추반 PPI: 인플레이션 우려 부각, 금리 인하 기대감 일부 후퇴 → 달러 강세 (환율 상승 요인)

이처럼 주 초중반에는 CPI가 이끄는 환율 하락 압력이, 주 후반에는 PPI가 촉발한 환율 상승 압력이 잠재된 채로 한 주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여기에 '국내 증시의 수급 불균형'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시장의 방향성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에 놓이게 되었네요.

환율 전망

지난주 엇갈린 CPI와 PPI로 등락했던 환율은 이번 주 미국 연준의 잭슨홀 미팅 내용에 따라 그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여요.

이번 주 금요일(22일)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단순한 연설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작년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정책을 조정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말로 9월 '빅컷' 금리 인하의 서막을 열었죠. 올해도 시장은 그와 같은 명확한 신호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율의 향방을 가를 잭슨홀 미팅

올해 미팅의 공식 주제는 '전환기의 노동시장'입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준 만큼, 이 주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하죠. 파월 의장은 두 가지 상충하는 지표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1.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요인: 안정적인 소비자물가(CPI)와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고용 시장.
  2.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생산자물가(PPI)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불러올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이번 잭슨홀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사실상 파월 의장의 '마지막 잭슨홀 연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밝히는, 이른바 '레거시(Legacy)'를 위한 발언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요. 이는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는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시나리오

금리 선물 시장은 이미 9월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80% 이상 반영하고 있어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이 기대를 어떻게 바꾸는지가 이번 주 환율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 비둘기파적 연설: 고용 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동시에 물가는 안정적이라는 내용의 발언을 할 경우 시장은 9월 금리 인하의 신호로 판단하고 달러는 하방 압력이 강해질 수 있어요. (1,360원대 진입 시도 가능성)
  • 매파적 연설: 고용 둔화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관세 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을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9월 인하 기대감이 사그라들며 달러는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수 있어요. (1,390원대 재진입 시도 가능성)

이번 주 주요 이벤트

잭슨홀 미팅 전에도 시장을 움직일 이벤트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 월요일 (18일): 젤렌스키-트럼프 회담: 지난주 트럼프-푸틴 회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합니다. 여기서 평화 협상에 대한 진전이 있다면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가 크게 개선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는 약세 요인, 유로화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반대로 회담이 결렬되거나 양측의 갈등이 부각되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며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어요.
  • 수요일 (21일): 7월 FOMC 의사록 공개: 지난 7월 금리 동결 당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특히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 외에 얼마나 많은 위원들이 완화적 통화정책(금리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했는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비둘기파적 목소리가 예상보다 많았다면, 이는 잭슨홀 미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될 거예요. (참고로 보먼은 19일, 월러는 20일에 별도 연설이 예정되어 있어 의사록의 분위기를 미리 엿볼 수 있습니다.)
  • 트럼프의 관세 발표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철강과 반도체에 관세를 설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잊어서는 안 돼요. 만약 이번 주에 깜짝 관세 발표가 나온다면,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켜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달러 강세 요인입니다.

일본: '깜짝 성장'에 피어나는 금리 인상 기대감

한편, 일본은 지난주 발표된 일본의 2분기 GDP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성장'(연율 1.0%)을 기록했어요. 심지어 위축되었을 것으로 봤던 1분기 성장률마저 플러스 성장(0.6%)으로 수정되었죠.

일본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견고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이르면 10월에 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미국은 금리를 내릴 준비를 하고, 일본은 금리를 올릴 준비를 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을 지배했어요.

쉽게 말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엔화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것이죠. 이로 인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달러-엔(USD/JPY) 환율은 이달 초 150.92엔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국에서도 달러는 약세를 원하고 일본 엔화는 강세를 원하고 있기에 엔화는 현재보다는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에요.

주요 통화별 상세 전망

  • 달러-원(USD/KRW) 환율: 1,370원 ~ 1,395원
    • 이번 주 환율은 금요일 파월 의장 연설 결과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는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의 기본 전망인 '비둘기파적 파월'을 기대하며 주 초반 하락 압력이 우세하겠지만, 연설에 대한 경계감으로 하락 폭은 제한될 거예요. 연설 결과에 따라 레인지 하단인 1,365원 또는 상단인 1,390원을 향한 뚜렷한 방향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요.
  • 유로-원(EUR/KRW) 환율: 1,600원 ~ 1,630원
    • 유로화는 달러의 움직임과 더불어 러-우 협상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거예요. 협상 진전 기대감이 유지되는 한 유로화의 상대적 강세는 이어져 1,600원대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에요,
  • 엔-원(JPY/KRW) 환율: 940원 ~ 965원
    • 엔화의 방향키는 미국 국채 금리가 쥐고 있어요.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면 미국 금리는 하락하고, 이는 미-일 금리 차 축소로 이어져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엔-원 환율 상승) 요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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